트럼프, 비폭력 무슬림형제단 테러단체 지정 추진

입력 2019-05-01 19: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엘시시 대통령을 '친구'라 칭하며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국가(IS) 등의 무장조직과 달리 비폭력을 표방해 온 단체다. 때문에 중동 국가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을 놓고 내부 절차를 거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지역 지도자, 국가안보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테러조직 지정을 검토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한 지역 지도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으로 알려졌다.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단체 지정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엘시시 대통령은 참모총장이던 2013년 쿠데타를 일으켜 무슬림형제단 출신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해 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얼마나 쉽게 조종당하는지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온건하고 평화적인 사고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에 따라 지역사회와 인도주의에 봉사하기 위한 정직하고 건설적인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단체이지만 1948년 이집트 총리 암살에 관여한 후 뚜렷한 무장활동을 벌인 적이 없다.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폭력 활동을 표방했다. 여기에 실망한 인사들은 조직을 탈퇴해 알카에다 등 무장조직에 합류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무부는 2017년 무슬림형제단의 테러조직 지정을 검토한 후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동 내 미국 우방국들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 바레인 모로코 등에서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조직원만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AKP는 “미국이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 중동의 민주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IS 같은 무장단체를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