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8∼10일 방한해 우리 정부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대북 인도적 지원은 허용하는 스탠스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북 식량지원이 꽉 막힌 북·미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30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5월 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비건 대표가 한국 정부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끊기 위해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이 북·미 대화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인 만큼 비건 대표의 방한으로 대북 식량지원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는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과 관련해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솔직히 인도주의적 지원에 문제가 없다(I am okay with that)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식량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4월 9일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했던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WFP는 북한이 지난해 홍수와 폭염 피해를 입으면서 올해 쌀 밀 감자 콩 등 14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대북 식량지원을 호소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실무를 맡고 있는 비건 대표의 방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이었던 2월 3∼5일 방한했다가 같은 달 6∼8일 평양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이 실행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면서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골칫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 기사를 부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