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강당에 모인 450여명의 신학대생 및 목회자에게 두 가지 그림을 보여줬다. 하나는 하나님이 꼭두각시처럼 인간을 실로 연결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실이 끊겨 전적으로 인간에게 모든 책임이 맡겨진 그림이었다. 그는 “두 그림 모두 잘못됐다. 도르트신경의 실제적인 면을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총장 정창균)에서 30일 열린 ‘도르트신경 400주년 합신대 강좌’ 현장 모습이다. 강사는 헤르만 셀더하위스(57) 네덜란드 아펠도른신학교 총장. 그는 “도르트신경은 인간의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이루어진다는 성경적 교리를 바탕으로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구원, 하나님의 은혜가 구원의 시작과 끝이라는 성경의 진리를 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좌는 3일까지 진행된다.
도르트신경은 칼뱅주의에 따라 1619년 네덜란드 도르트(Dortrecht)에서 작성된 기독교 신조를 말한다. 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 제한적 속죄, 인간의 전적 타락, 불가항력적 은혜, 성도의 견인 등 교리를 담고 있다. 여기서 이른바 ‘튤립(TULIP)’이라 부르는 칼뱅주의 5대 원리가 도출됐다.
강좌 이후 만난 정창균(65) 총장은 “도르트신경은 한마디로 오직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은혜로 받은 구원을 설명하는 신조”라면서 “신자의 진정한 존재가치는 하나님이 우리를 택해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르트신경은 인본주의 신학과 이단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교회에 성경에 기초한 개혁신앙의 전통 안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르트신경이 장로교 개혁주의에 국한된 신조가 아니라 교파를 초월해 한국교회 전체에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 재점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오늘의 시대는 신자가 신자다운지, 교회가 교회다운지, 목사가 목사다운지를 묻고 있다”며 “교회와 신자, 목회자들의 정체성은 다른 어떤 것보다 성경 말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세시대에는 신자들이 성경을 갖지 못하게 하면서 성경 문맹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목회자가 성경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문맹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는 설교자, 성도들이 직접 말씀을 만나 은혜받도록 돕는 설교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도르트신경의 중요 내용을 교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재 제작에도 나섰다. ‘도르트신경 프로젝트’ ‘성경적 창조론 프로젝트’ 등 12개의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혁주의 신학을 목회현장에 적용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그는 “교회와 함께하는 신학교, 목회현장에 답을 제시하는 신학교, 책임 있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수원=임보혁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