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작렬 ‘열혈사제’ 3인방 “이 배우들 그대로 시즌2 갔으면”

입력 2019-05-02 04:03
사제 김해일이 “구담구 어벤져스 어셈블!”이라고 외치는 걸 볼 수 있을까. ‘열혈사제’(SBS) 출연 배우들은 시즌2를 두고 “모두가 다음 시즌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극은 시청자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소중함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어떤 극보다 여러 배우가 빛났다. 주인공과 신스틸러로 활약한 김남길(38) 고준(41) 음문석(37) 3명을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카페와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각각 만났다.

여러 배우가 빛났던 ‘열혈사제’(SBS)는 호쾌한 액션과 코믹한 분위기, 정의라는 주제의식을 능수능란하게 한데 녹여내며 20%가 넘는 시청률로 사랑받았다. 사진은 극 전반에서 두루 활약한 배우 김남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남길은 불의를 향해 응징의 발차기를 날렸던 김해일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는 “정의감 같은 거창한 건 아니다. 얌체 운전자를 봤을 때 발끈하는 것처럼 타인에 대한 일상 속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닮은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곧 극의 장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능숙히 오가는 모습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그런 그는 의외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이영준(정동환) 신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서사와 코미디 사이에서 적정한 톤을 찾아야 했던 탓이다. 하지만 코미디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영화 ‘해적’을 시작으로 코미디 연기에 발을 디뎠고, ‘다찌마와 리’처럼 B급 감성이 담긴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연기 모티브는 주성치와 임원희에게서 얻었다.

“코미디는 감성적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워요. 그래서 코미디언들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청률 20%(닐슨코리아)가 넘는 큰 호응을 받았으니 여러 상을 노려 볼 법하지만, 그는 “전혀 욕심이 없다”고 답했다. ‘열혈사제’ 멤버들이 그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인 듯 보였다.

“배우들이 두루 많은 사랑을 받은 게 가장 기쁩니다. 제 필모그래피 중에 최고의 배우들이었습니다.”

배우 고준. 비에스컴퍼니 제공

고준은 “한 작품에서 배우들과 이렇게까지 친해진 건 처음”이라고 화답하듯 말했다. 극 중 구담구 비리 카르텔의 행동대장 황철범을 특유의 무게감과 전라도 사투리로 맛깔나게 소화해냈다.

“원래 서울 토박이입니다(웃음). 정 많은 악역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19년차 베테랑 배우다. 오랜 시간 연극과 독립영화 등에서 내공을 쌓은 후 드라마 ‘미스티’, 영화 ‘청년경찰’ ‘변산’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처음엔 ‘열혈사제’ 출연을 망설였다.

“영화 ‘타짜2’부터 악역을 주로 해오면서 더는 보여줄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의 고갈을 느끼던 차였죠.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내보이고 싶은 모습이 그만큼 더 많다. 그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선배님처럼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입체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시즌2에 대한 생각도 함께였다.

“만약 하게 된다면, 만화 ‘드래곤볼’이나 마블 영화에서 빌런(악당형 영웅)이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것처럼 다음엔 황철범이 정의의 편에 서서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는 어떨까 싶습니다(웃음).”

배우 음문석. 윤성호 기자

그렇다면 황철범 부하 장룡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는 기이한 단발머리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뽐내며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배우 음문석에게 장룡의 첫인상은 “발가벗겨진 캐릭터”였다.

“처음엔 단발머리 설정만 있었습니다. 제 고향이 충남 온양이에요. 대사에 충청도 사투리를 입혀봤더니 다들 좋아해 주셨어요. 마치 게임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장룡이 그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긴 인물이었다는 말이다. ‘롱드래곤’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안방에 한가득 웃음을 안겼던 그이지만, 장룡 캐릭터를 두고 “오히려 웃기려 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결핍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긴 머리나 컬러풀한 옷을 좋아한 것도 화려한 게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느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음문석은 이력도 독특하다. 춤에 빠져 16살에 혈혈단신 서울에 올라와 댄서로 활동했다. 2005년엔 1집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길을 틀었다. 감정 표현의 크기를 늘리고 싶어 연기를 배운 게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이름도 없는 조폭 행동대장으로 출연했던 ‘귓속말’ 이후 두 번째 드라마였다. 그는 “많은 관심을 받게 돼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초심을 생각하니 오늘 하고 싶은 연기를 즐겁게 해야겠단 생각이 다시 차올랐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