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숨결 더하니… ‘버려진 공간’이 살아났다

입력 2019-05-02 21:23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옛 조양방직 공장 내부 카페에서 1일 관람객들이 환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허물어져 가던 벽면과 기다란 작업대가 흉물처럼 남아 있던 공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시설로 거듭나면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수천명이 몰려드는 새로운 지역의 명소로 부상했다. 강화=윤성호 기자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및 문화재생은 현 정부의 국책사업과 맞물리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천에서도 도시재생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화군을 비롯 서구와 부평구 등에서는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닌 ‘재활용’이나 ‘재생’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시는 산업단지를 문화거점으로 살려낸 부평구의 ‘카페 발로’를 필두로 폐공장을 활용한 문화재생과 영상 촬영지의 성지로 부상한 십정동 일원에 영상산업과 문화콘텐츠가 공존하는 영상문화산업밸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평구 십정동의 ‘카페 발로’

인천 곳곳에서는 폐공장 등을 활용한 문화재생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부평구 십정동의 ‘카페 발로’ 2호점. 인천=정창교 기자

인천 부평구 십정동 산업단지에 위치한 카페 발로(Cafe Valor)는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2016년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인천지하철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도보로 1.4㎞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당초 이곳은 철강공장이었으나 리모델링을 통해 색다른 느낌의 카페로 변신했다. 알음알음 알려지다가 2호점이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배경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타면서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1층 가구전시장에는 ‘뷰티인사이드’의 한 장면처럼 영화 속 주인공이 되려는 청춘남녀들이 끊없이 찾아온다. 2층에는 크고 작은 방들이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어 수다방으로 안성맞춤이다. 스페인어로 ‘가치’라는 뜻을 지닌 ‘발로’는 시간의 흐름을 잘 간직해 온 공간에 대한 가치를 상징한다.

공장을 개조한 공간으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독특하면서도 몽환적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던 본래의 건물을 허물지 않고 저마다 다양한 분위기의 콘셉트로 꾸며 놓아 카페 자체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여행지처럼 느껴진다.

‘뷰티인사이드’ 이후 각종 영화와 뮤직비디오 촬영의 배경이 되는 일은 더 늘었다. 조명 덕분에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호점이 주로 스튜디오로 사용된다. 대개 한 달 중 절반가량은 촬영 대관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때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가구 쇼룸과 카페를 겸한 2호점은 1호점의 문을 연 지 1년 만인 2017년 4월 둥지를 틀었다. 2호점에 먼저 들러 음료를 한 잔 마신 뒤 영수증을 들고 대각선 방향에 있는 1호점으로 가면 세트장도 구경할 수 있다.

강화군 조양방직의 미술관 변신

1일 옛 조양방직 공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다. 강화=윤성호 기자

강화읍 강화군청 인근 향나무5번길12일대에 자리잡은 ‘신문리 미술관’은 주말이면 수천명이 몰려 드는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과거 번성했던 강화도 직물산업을 대표했던 조양방직 공장이 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달 4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이곳을 직접 찾으면서 도시재생의 모델로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일 문을 연 이곳은 평일에는 조용한 편이어서 둘러보기 좋다. 공장을 리모델링한 ‘신문리 미술관’은 2017년 이곳에 터를 잡은 이용철씨가 20여년간 중국과 유럽에서 수집한 골동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강화도의 실업가 홍재묵과 홍재용이 세운 산업시설이었다. 하지만 현대식 섬유 공장에서 신소재 섬유가 등장하면서 경쟁력 약화로 가동을 멈췄고 1958년 폐업했다. 공장이 세워진 지 8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당시의 모습이 상당부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새주인을 만나 폐허가 될 뻔했던 위기를 극복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공장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문화시설로 거듭나자 전국에서 찾는 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공장은 문화시설로 거듭났다. 허물어져 가던 벽면은 근사한 미술관 영화관이 됐고, 기다란 작업대는 커피 테이블로 변신했다. 음료를 팔지만 단순한 카페라고 규정짓기엔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 공간 자체가 거대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기존 것을 활용해 새로운 기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측면에서 조양방직 공장은 문화재생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서구의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

낡은 공장 구조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서구 가좌동 ‘코스모40’의 모습. 인천시 제공

서구 가좌동 공업단지에는 낡은 공장 구조물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조성한 독특한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이 있다.

코스모40은 원래의 공장 건물은 최대한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신관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현대적 인테리어를 더했다. 다양한 전시회 등이 이곳에서 열리는데 회색빛의 옛 공장에서 음악과 예술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아이디어는 인근에 300년간 살아온 가좌동 청송심씨의 후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에 설립된,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던 코스모 화학공장이 2016년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2만평 대지 위에 있던 45개의 공장이 철거됐다. 공장 45개 중 40번째 공장 건물만 남겨 리모델링했는데 그래서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장의 원래 형태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메인홀의 높이는 8m에 달한다. 원래 공장에 설치돼 있던 호이스트(운반장비)도 보수를 해 작품의 설치를 돕거나 그 자체로 인테리어 작품의 역할을 한다. 덕분에 이곳은 전시회장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인천시는 원도심 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 추진 시 이처럼 역사적 배경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원도심 지역의 공장이나 대규모 건물, 시설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들 공간의 리모델링 등을 통해 향후 관광산업은 물론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로도 연계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