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지자체·정부 고통 분담으로 교통대란 막아야

입력 2019-05-02 04:02
전국 시내·시외 버스사업장 479곳의 절반가량인 234곳이 최근 각 지역 노동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7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임금 보전과 필요 인력 채용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찬반투표를 거쳐 오는 15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울산과 경기, 전남, 충남, 경남 창원, 충북 청주 지역 사업장들인데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전국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발생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운수업종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도 관련 주체들이 손을 놓고 있다가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

버스업계 노사 갈등은 예견됐었다. 근무시간이 줄면 시간외 수당이 깎여 임금 총액이 수십만원 감소해 버스 기사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현행 운행체계를 유지하려면 기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대다수 회사들은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1만5000여명을 채용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7월 이후 채용 인원은 고작 1250명이다. 이런 상황이 예상됐는데도 주52시간 근무제를 버스업계에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는 뒤치닥거리는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업계에 떠넘겨 버린 꼴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적자 노선을 폐쇄하는 것은 주민의 기본적인 교통권을 훼손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버스의 공공성을 감안해 정부와 지자체, 버스 업계 노사, 이용 시민들이 늘어나는 비용을 분담하는 게 순리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을 적정선까지 인상하거나 환승할인 혜택을 축소하는 등 수익자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주민의 교통 편익을 위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중앙정부는 자자체별 재정여건을 고려해 일정 부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버스 노조는 근무시간이 줄어 삶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어느 정도의 임금 감소는 수용해야 하고 회사는 경영혁신 등을 통해 비용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