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반도체와 중국의 늪에 빠졌다. 수출 핵심 품목인 반도체는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전체 수출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정부는 수출 감소폭이 2개월 연속 둔화했고,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 물량은 증가세를 보여 미래는 밝다고 내다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48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로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지난달 수입액은 44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41억2000만 달러 흑자로 8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수출액 감소의 주범은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단가가 지난해 4월의 52.2% 수준으로 쪼그라든 여파가 컸다.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재고 조정, 중국 스마트폰 수요 정체 등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대중(對中) 수출 축소’가 덮쳤다. 국가별로 나누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나마 감소폭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하지만 산업부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4월보다 0.8% 늘었다는 게 근거다. 지난달 수출 물량이 2.5% 증가로 전환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20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자동차(14.8%), 석유화학(11.7%), 2차전지(13.6%) 등 13개 품목의 수출 물량은 늘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어 상황은 긍정적”이라며 “자동차, 선박 등 주력 산업이 회복세를 타고 있고 2차전지나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도 성장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