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창의재단은 최근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을 상대로 금융혜택 서비스를 조사한 뒤 주거래은행을 기존 우리은행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은 임직원 대출 금리, 법인카드 포인트 적립, 외환거래 수수료 등이 포함된 서비스 항목별 제안서를 전달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임직원 마이너스대출 금리는 연 3.20%로 국민은행(연 3.97%) 농협은행(연 3.30%)보다 낮았다. 예금의 가산금리(3개월 정기예금)도 우리은행이 0.8% 포인트로 0.3~0.6% 포인트를 제시한 다른 은행보다 높았다.
재단복지 후원과 기부금 관련 제안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총 200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 5대, 냉온정수기 10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제안에 재단은 “생수 배달 서비스를 대체해 연간 8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안마의자를 내세운 국민은행, 장례용품 지원을 내건 농협은행은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연간 기부금에서도 우리은행(5000만원)보다 높은 액수를 써낸 은행은 없었다.
이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기관들의 혜택 요구, 은행권의 주거래은행 계약 의지다. 우리은행 측은 “금리, 전산시스템 구축, 법인카드 캐시백, 임직원 신용대출 및 복지서비스 제안 요청이 있었다”며 “경쟁 입찰한 타행들도 여러 복지조건을 제안했다”고 1일 밝혔다. 기관들은 정성평가 과정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의 연계, 기관 내 현금자동화기기(ATM) 설치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은행권의 기관영업 자존심 싸움은 여전하다.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 선정은 대내외 신뢰도를 확인받고 위상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영업그룹 산하 기관영업본부를 독립본부로 분리 승격한 국민은행은 “저금리 확산 및 인터넷은행 도약(비대면 시장 확대) 등으로 향후 금융시장은 보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한국창의재단 측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40%의 주거래은행”이라고 어필했다.
기관영업에 소비되는 은행들의 기부금은 비판 대상이 된다. 개인 고객들로부터 거둔 수익을 큰 기관에 바치는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협약 후 기관과의 수익 범위 내에서 지급하며, 고객에게 유치한 자금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달에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기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협력사업비 과다 출연 시 지자체가 행안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