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을 제외하고 아직 시상식에서 변변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받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여자배구의 얼짱으로 알려진 고예림(25)은 어느덧 실력이 더 뛰어난 기대주로 성장했다. 4월초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현대건설로 이적한 고예림은 못해 본 우승과 함께 팀에서 꼭 쓰임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 연습구장에서 만난 고예림은 새 팀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의 미래를 즐겁게 풀어냈다. 고예림은 “현대건설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나와 팀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시즌까지 상대로 만나던 현대건설은 어떤 팀이었을까. 고예림은 “센터 (양)효진 언니를 포함해 워낙 높이가 좋았던 팀이어서 공격수로서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밝은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실력을 발휘하는 팀이다. 실제로 와보니 팀 분위기가 참 좋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연견 언니, (이)다영이 등 수비가 강한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보고 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새 팀에 합류한 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자신에게 언급한 첫 일성은 “‘함께 우승 한 번 해보자’”였다고 한다. 고예림은 “한국도로공사 시절 정규리그 우승은 해봤지만, 아직 주축 선수로서 일궈낸 우승이 없다”며 “우승의 순간 코트 안에 있고 싶다.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득점도 내가 하면 너무 좋겠다”고 다부진 소망을 피력했다. 이 감독의 환영사에 대한 뒤늦은 화답인 셈이다. 우승뿐 아니라 개인상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다. “현대건설에서 뛰면서 베스트7상을 꼭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예림에게 거는 이 감독의 기대도 크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왼쪽 공격 비중이 높지 않아 플레이가 다소 단조로웠다”며 “고예림은 이런 부분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본 실력을 시즌 막바지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시즌 동안 체력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예림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박정아의 FA 보상선수로 지명돼 도로공사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FA 보상선수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단련시키면서 불과 2년 만에 A급 FA로 우뚝 선 것이다.
고예림은 “지난 2년간 나를 성장시킨 기업은행에 정이 많이 들어 떠날 때 아쉬웠고 미안하기도 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이정철 전 기업은행 감독님께 자주 혼나기도 했지만, 참 많이 배웠다”며 “이적 기사가 나자마자 감독님께 인사드렸더니 ‘어디를 가도 응원하겠다’고 따뜻하게 격려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우재 신임 기업은행 감독은 공교롭게도 그의 강릉여고 시절 은사다. “선생님이 오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고예림은 “다음 시즌 기업은행 경기가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제 스타일을 너무 잘 아실 것 같아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5년 전의 신인왕은 어느새 7년차 중견급 선수가 됐다. 고예림은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제 언니들에게 의지하기만 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이 내게 의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용인=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