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요? 붉은 천사가 어때요?”

입력 2019-05-03 20:09 수정 2019-05-05 12:32

박재현 레드엔젤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붉은 천사 날개가 그려진 ‘레드엔젤’ 티셔츠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은 당시 일렁이는 붉은 물결의 파도 응원으로 세계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비더레즈’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응원단 이름인 ‘붉은악마’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4강 신화 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체로 자리잡았다.

‘이왕이면 악마대신 천사로 바꾸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막연히 하던 한 크리스천 청년은 2006년 그 꿈을 구체화했다. IT사업 등을 하던 그는 한 권사의 조언에 ‘레드엔젤’ 응원단을 만들었다. ㈜레드엔젤 박재현(43) 대표 이야기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팀 이름인데 악마보다 천사가 낫지 않을까요. 빨간색은 한국적인 색깔이라 그대로 두었어요. 기독교 시각에서 보면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레드엔젤의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 1004명의 응원단을 파견하는 것입니다. 한·일 월드컵 때 4000만이 붉은악마가 돼 응원했다면 내년 도쿄올림픽 땐 천사들의 응원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올림픽은 전쟁보다 평화 사랑 화합을 상징하죠.”

레드엔젤 회원들이 2017년 4월 서울 명동 거리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을 위해 플래시몹을 하는 장면. 레드엔젤 제공

레드엔젤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 응원단을 모집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3000여명이 모였다. 다음 카페에서 운영할 땐 20만명의 회원수가 있었다. ‘엔젤’이다 보니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2016년부터 매달 13일을 ‘레드엔젤 데이’로 정해 자발적으로 헌혈을 한다. 적게는 100여명, 많을 땐 1000여명이 참여한다.

박 대표는 레드엔젤을 통해 다음세대를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헬조선’ ‘다포세대’ 등의 신조어가 그들의 삶을 방증하지만 청년들이 여기에 갇혀 있길 원하지 않았다. 응원단을 보낼 땐 레드엔젤에서 전액 지원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보육원 친구들을 지원해 함께 가기도 했다.

“해외여행도 아니고 응원하러 가는데 청년들이 자비로 가는 것은 불가능해요. 봉사 정신이 없으면 안 되죠. 올림픽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거든요.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청년들을 응원의 자리로 보내고 싶어요. 한국팀을 응원하면서 자신이 독립투사가 된 것 같다고 하는 등 애국심이 생겼다는 청년들이 많거든요.”

레드엔젤은 대기업 등의 후원을 받기보다 자생적으로 응원단을 꾸린다. 이런 이유로 ㈜레드엔젤은 다양한 문화사업 등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며 소외된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응원하고 싶어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