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푸른 하늘

입력 2019-05-04 04:04

노랑 병아리
아장아장 걸어와
물 한 모금 먹으며
푸른 하늘 한 번 쳐다보면
눈동자 더 까매진다

흰 머리카락 할머니
뒤적뒤적 알약 한 알 꺼내
물 두 모금에 삼키며
푸른 하늘 쳐다보면
금방 눈가로 물이 샌다

함민복의 동시집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문학동네) 중

1962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1988년 시 ‘성선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등에서 강퍅한 삶에 “긍정적인 밥”과 같은 시를 선보였다.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등을 냈다. 2009년 첫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동시집을 냈다. 김수영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