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출발했지만 국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자유한국당은 30일 원내외 투쟁을 선언했고, 바른미래당 내분은 진행형이다. 여야 간 고발 전쟁은 의원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선언하며 국회와 장외를 오가는 무기한 투쟁에 들어갔다. 당 차원의 길거리 천막 농성과 전국 순회 투쟁을 검토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좌파 독재, 제멋대로 정부를 막기 위해 결연히 일어나 싸워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넘어, 보수 우파를 넘어 모두 빅텐트 안에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며 “이제 한국당은 반(反)정권·반문재인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광장에서 결사 항전하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에서 “실제로 다른 법은 몰라도 선거법은 여야 합의 없이는 처리하기 어려운 법”이라며 “일단 4당이 합의한 법안이 있기는 하지만 그 법을 기초로 한국당과도 논의를 많이 해서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에 대한 추가 고발도 ‘일단 정지’한 상태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사실상 당이 두 동강 난 상태여서 당분간 내부 갈등이 불가피하다.
70명에 가까운 여야 의원 고발 문제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민주당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패스트트랙 대치 와중에 벌어진 한국당의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해서만큼은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사무처도 의안과 점거와 관련해 성명불상의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날 고발했다. 여야가 서로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되기 때문에 의원직 상실 또는 피선거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패스트트랙 후유증이 내년 21대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그동안 여야 당대표 회동,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협치’를 강조해왔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과 정면충돌하면서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문 의장은 심혈관계 문제로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시술을 받았고, 2~3일 뒤 퇴원할 예정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는 공직선거법 등 5개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18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이후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의 심사기간이 남아 있다.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330일간의 정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은 추경과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한국당도 무한정 투쟁만 이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임성수 심우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