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시스템반도체 1위 삼성 목표 적극 지원”

입력 2019-04-30 19:03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의 EUV(극자외선)동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곳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 회로를 더 미세하게 만드는 생산라인으로 내년 2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맨 왼쪽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 삼성전자 공장을 찾아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계획을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삼성전자 국내 공장 방문은 2015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이다. 대기업 의존 가속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찾은 것은 경제 활력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점, 시스템 반도체 등 3대 신산업 중점 육성의 필요성,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 해소 등을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명실상부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미래를 만드는 나라, 우리 제품은 미래를 선도하는 제품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연구·개발(R&D) 확대, 전문인력 양성 및 분야별 실무교육 강화, 팹리스(설계전문기업) 전용펀드 신규 조성 등도 약속했다.

삼성전자 사업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며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지능형 검침기와 CCTV를 포함한 에너지·안전·교통 등 공공 분야에서 2030년까지 큰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새로운 투자 계획과 상생협력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정부도 분야별로 혁신 전략을 수립해 국민과 기업이 과감하게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까지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렸지만 이제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며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7번째다.


이날 행사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수익 악화에 시달리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으로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정부와 삼성은 경제 분야에서 절묘한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분식회계 의혹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이 지난 29일 구속됐다. 문 대통령의 화성사업장 방문은 이 부회장 등의 사법처리 결과와는 무관하게 합리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 활동과 재판 등 사법적인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며 “이날 행사는 시스템 반도체를 가지고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