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헤이세이”… 왕궁으로 구름 인파 몰려

입력 2019-04-30 18:54 수정 2019-04-30 20:24
일본 도쿄에서 30일 아키히토(明仁) 국왕의 퇴위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왕궁 앞에 모여 있다. AP뉴시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로 31년간 이어온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린 30일 일본 전역에서 이를 기념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일왕이 거주하는 왕궁 도쿄 고쿄(皇居) 앞 광장에 하루종일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고 전했다. 오전부터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지만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고쿄를 찾은 사람들은 “헤이세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노년층은 “헤이세이는 평화로운 시대였다” “일왕 부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력과 함께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다. 일본인들에게 일왕의 퇴위에 따른 연호 교체는 한 시대를 마감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일본 언론은 일본 최대 황금연휴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에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요나라(안녕) 헤이세이’에 나섰다고 전했다.

헤이세이나 아키히토 일왕과 인연이 있는 곳에는 하루종일 인파가 몰렸다. 구마모토시의 헤이세이 기차역이 대표적이다. 1992년 개설된 기차역은 당시 연호를 따 이름을 지었다. 시민들은 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거나 역 이름이 인쇄된 티켓을 구입했다. 나가사키시 백화점에서는 전통 과자 센베이에 ‘헤이세이’ 문자를 새겨 무료 배포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를 보고했던 미에현 이세신궁,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왕 부부가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했던 시설 등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저녁엔 높이 634m인 도쿄의 명물 스카이트리에서 ‘고마워 헤이세이’라고 쓴 조명이 켜졌다.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빌딩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카운트다운 행사 및 기념행사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을 대표해 아키히토 천황과 미치코 황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미·일 관계는 그동안 국제적 어려움을 헤쳐가는 데 중요했으며, 새로운 시대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28일 나흘간 일본을 국빈방문,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을 만나는 첫 외국 정상이 될 예정이다. 중국도 일왕 교체와 관련해 중·일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희망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 “1992년 중국을 방문해 여러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양국 관계의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중·일 관계는 정상궤도를 회복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