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미세공정 기술력 바탕 비메모리도 세계시장 제패 자신

입력 2019-05-01 04:05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중 비메모리 부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건희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이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를 달성해 삼성전자를 다시 한번 ‘퀀텀 점프’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 총수로 지정된 이후 이 부회장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자동차 전장 등 신성장동력을 제시하고 5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총수가 된 지 1년이 되는 최근에는 비메모리를 승부수로 들고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의 DNA를 바탕으로 비메모리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비메모리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이 크다. 주기적으로 사이클이 있는 메모리와 달리 수요가 지속적이다.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1위 자리를 인텔에 다시 내줬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시스템 반도체 중심인 인텔은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며 1위를 탈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초미세공정 기술력으로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세일즈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3대 신산업 동력으로 정하고, 적극 지원키로 한 점도 삼성전자엔 호재다. 정부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업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편중에 대한 우려는 1990년대부터 나왔지만, 비메모리 부문에서 글로벌 업체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서 1위를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거취와 행보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오너리스크’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