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최민호(31·현대캐피탈) 배구 인생의 첫 우승이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최민호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우승을 못해 그 전까진 우승 경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던 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이 불쑥 “대단하다, 어떻게 우승 한 번을 못 했어?”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초·중·고 실업 명문을 거치며 우승을 밥 먹듯 한 최 감독으로선 다소 늦은 중3 때 배구를 시작한 후배의 첫 우승 경험이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에 최민호는 때 맞춰 도착한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지난달 7일 군에서 복귀한 최민호는 파다르, 전광인, 문성민 같은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제몫을 다했다. ‘어벤저스’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선수들을 갖추고도 부상 선수가 많아 불안한 상황에서 최민호의 존재감은 컸다. 실제 최민호는 승부처였던 지난달 24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고비마다 득점을 성공시키며 대한항공의 기를 꺾었다. 2세트 21-21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속공과 블로킹으로 달아난 데 이어 세트를 끝내는 속공도 성공시켰다. 마지막 5세트 5-5 상황에선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달아나는 발판을 놓았다.
최민호는 생애 첫 우승 후 군 복무로 한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팀원들과 녹아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있었던 데다 복귀 전부터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던 덕분이다. 최 감독은 “복무 마지막 한 달 동안 휴가가 길어서 훈련에 같이 참가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최민호는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며 “오랜만에 팀에 복귀해서 우승까지 해서 더 뜻 깊게 생각됐던 것 같다”고 우승 순간을 떠올렸다.
주전들의 부상 투혼과 최민호의 가세로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의 다음 시즌 목표는 통합 우승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먼저 팀 공격의 주요 축을 담당했던 외국인 선수 파다르의 이탈로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아야 한다. 또 김재휘, 허수봉, 함형진 등의 입대로 인한 전력 변화도 있다. 최 감독은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군대를 갔기 때문에 지난 시즌 경기력보다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력 유지를 위해선 지난 시즌 팀을 괴롭혔던 부상 방지, 조직력 향상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최 감독은 “주전으로 뛰어야 할 선수들의 기술력이 갑자기 성장하고 그럴 나이는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부상방지를 위한 훈련들을 좀 더 집중적으로 생각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세터인 (이)승원이가 후반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경기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조직력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방극렬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