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운동 100돌… 중국, 내부 통제 고삐

입력 2019-04-30 19:0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리커창(앞줄 오른쪽) 총리와 리잔수(앞줄 왼쪽)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모습도 보인다. 5·4운동 100주년 기념식에는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AP뉴시스

중국 지도부가 반제국주의·반봉건주의 운동인 5·4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총출동해 청년들에게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분투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행사 외에 민간행사는 ‘6·4 천안문 사태’ 30주년 시위를 우려해 철저히 차단했다. 각계의 사상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 당과 각 민족, 특히 신시대 청년들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 사회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과 인민이 하나로 단결해 민족부흥의 길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5·4운동의 정신을 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5·4운동은 민족의 위기 때 청년과 지식인이 선봉에 서서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통해 이뤄낸 반제국·반봉건주의 애국혁명운동이자 위대한 사상계몽 운동”이라며 “애국주의는 중화민족의 핏줄을 따라 흐르고, 절대 부서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식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 한정 등 상무위원 전원과 왕치산 국가부주석까지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기념식을 생중계하거나 100주년 특집 보도를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국가 주최 행사 외에 민간의 5·4운동 기념행사는 불허하는 등 엄격히 통제했다. 중국 정부는 5·4운동 100주년뿐 아니라 6·4 천안문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앞두고 예상되는 소요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천안문광장 인근의 검문·검색을 강화했으며 중국 노동절인 5월 1일부터 4일까지 천안문 근처 지하철역도 모두 봉쇄키로 했다.

앞서 독일 라이카 카메라는 홀로 탱크 행렬을 막아선 ‘천안문 탱크맨’을 연상시키는 홍보영상을 만들었다가 곤욕을 치렀다. 또 중국 내 음악 플랫폼에서는 ‘천녀유혼2’의 주제가 등 천안문 사태를 다루거나 암시한 노래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칭화대는 최근 ‘학문과 사상의 자유’ 상징물로 여겨지던 왕궈웨이의 기념비를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철판으로 가려 비난을 받고 있다. 왕궈웨이는 중국의 ‘국학 대사’로 추앙받는 학자로, 1927년 그가 별세한 뒤 세워진 기념비에는 “독립적인 정신과 자유로운 사상은 역사가 다 할 때까지 영원토록 지켜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기념비가 차단된 것을 발견한 칭화대 동문들은 팻말을 들고 기념비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