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적을 감췄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7)가 5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알바그다디는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가 IS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유럽 등지에서 기독교도를 겨냥한 테러를 계속 일으키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특히 “‘심판의 날’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IS 선전매체 알푸르칸은 29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18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알바그다디가 자신의 얼굴을 노출한 건 2014년 7월 이라크 모술 알누리 대사원 설교 장면을 공개한 이후 처음이다. 영상의 구체적인 촬영 시점이나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지난 21일 발생한 스리랑카 테러를 자신이 나오는 영상이 끝난 뒤 육성으로만 잠깐 언급한 점으로 보아 촬영은 수주 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과 달리 희끗희끗한 턱수염을 기른 알바그다디는 이슬람교 예복과 베이지색 조끼를 입고 양반다리를 한 채 발언을 했다. 그는 “바구즈 전투가 끝났다”며 “그것은 무슬림 사회를 향한 기독교인들의 잔혹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군과 시리아민주군(SDF) 등은 지난달 말 IS의 최후 거점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를 공격해 탈환한 바 있다.
알바그다디는 IS가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영상에서 “스리랑카에 있는 형제들이 부활절에 십자군(기독교인)의 거처들을 파괴해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러 용의자 중 1명이 5년 전 IS에서 최소 3개월간 훈련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어 그는 “(테러로) 숨지거나 감옥에 갇힌 형제들을 위한 복수를 할 것”이라며 “서아프리카 무장세력은 프랑스와 그들의 동맹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IS가 스리랑카 연쇄 폭탄 공격에 이어 유럽 국가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미군 주도 연합군이 바구즈를 탈환한 뒤 IS가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공언했지만, 알바그다디가 재등장하면서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 공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알바그다디의 영상은 IS가 여전히 건재하며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예상치 못한 공격을 이어갈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콜린 클라크 미 수판센터 선임연구원은 “알바그다디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IS 추종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다른 극단주의 세력에게 자극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1년 이라크 사미라에서 태어난 알바그다디는 대학 시절 이슬람학을 전공한 뒤 ‘코란학(koranic studies)’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강경 이슬람주의에 빠져들었다. 알바그다디는 IS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한 이후인 2014년 자신을 ‘모든 무슬림의 통치자’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추종자들에게 55분가량의 육성 메시지를 통해 시리아 등지에서 IS의 패배에도 굴하지 말고 계속 싸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