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이하 문예위)는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한국관 전시를 서울에서 선보이고 있다. 귀국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이라는 이름으로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문예위가 커미셔너를 맡고 박성태(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 전시는 1960년대 개발계획 시대 정부가 발주한 건축·토목기술 용역사업을 행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를 재조명했다.
윤승중, 유걸, 고 김석철, 김원 등 한국 건축사의 주역이 모두 모였던 기공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경부고속도로 등의 인프라 사업과 세운상가, 구로 한국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한국관 등의 도시 건축사업을 도맡았다.
전시는 시민사회의 힘이 미약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와 건축 유산을 기공의 활동을 통해 파헤친다. 당시 건축가들의 실험적 노력과 성과도 동시에 돌아본다.
기공은 건축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부정적인 인식 탓에 아카이브가 거의 구축되지 못했다. 실체가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한국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하고, 이러한 상황 자체를 전시의 조건으로 활용했다.
전시는 미술관 1층에서 기공의 건축가들이 꿈꿨던 프로젝트의 기록을 담은 ‘부재하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그러면서 영상작가 서현석의 ‘환상 도시’, 사진가 김경태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등의 작품을 통해 기공의 흔적을 드러낸다. 2층에서는 건축가들의 신작이 소개된다. 김성우는 ‘세운상가’를,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바래는 ‘구로 한국무역박람회’를 재해석한 작품 등을 내놓았다. 26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