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단체 ‘자유조선’을 변호하는 리 월로스키(사진) 변호사는 29일(현지시간) 자유조선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실을 부인하면서 “자유조선과 복수의 접촉(interactions)을 했던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폭행(assault)을 가했다는 주장은 북한의 신뢰할 수 없는 변명을 스페인 정부가 그대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자유조선 멤버들과 북한대사관 직원들 간 ‘사전 접촉설’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그동안 미 CNN방송과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 등과 인터뷰를 했지만 한국 언론에는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북한대사관 내부에 자유조선과 연락을 취했던 공모자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자유조선과 내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문제가 커지자 감금·폭행설을 주장하면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자유조선 멤버들이 북한대사관 직원과 사전에 접촉을 하고 찾아간 것이기 때문에 침입이나 습격은 아니며, 감금·폭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치열한 진실 공방과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북한대사관 직원을 속여 대사관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자유조선 멤버 중 유일하게 체포돼 재판을 받는 미 해병대 출신 크리스토퍼 안이 지난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때 감시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사전 접촉설의 증거로 제시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크리스토퍼 안은 평화롭게 걸어서 북한대사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미국 정부는 지금 크리스토퍼 안과 에이드리언 홍 창의 신병을 (사건이 벌어진)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주장에 기초한 스페인 정부가 미 정부에 이들의 인도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국 영토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스페인 정부가 북한 말만 믿고 자유조선 멤버들의 인도를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에이드리언 홍 창과 크리스토퍼 안은 오랜 기간 자유를 희망하는 북한 주민들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미 정부가 홍 창을 추적하는 이유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답을 주지 않았다. 또 홍 창이 미 정부에 배신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코멘트할 말이 없다”고 피해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진실들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홍 창이 안정적인 정보 교환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습득한 정보들을 제공했으나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미 국무부가 이를 알아채고 외부로 흘렸다는 ‘미국의 배신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3명의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전문관료 출신이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를 맡았다. 그는 현재 미국 일류 로펌인 ‘보이스 실러 플렉스너’에서 일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