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서 순교한 친구, 정민종 목사 보고싶다”

입력 2019-05-01 00:03
“하나님께 모든 걸 맡깁니다. 건강은 주셨다고 믿고 사역을 위해 먼 길 떠납니다.”


고 정민종 목사(1949~1986·사진)가 1983년 10월 브라질 상파울루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로 가면서 한 기도 내용이 화면에 뜨자 몇몇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33년 전 세상을 떠난 정 목사를 기억하는 추모예배에서다. 동기인 감리교신학대 72학번들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웨슬리예배당에서 정 목사를 추모하는 예배를 마련했다.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동기들은 30대에 세상을 떠난 정 목사를 추억하며 때론 웃고 때론 눈물지었다. 이들은 정 목사의 고결했던 정신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길 바랐다. 예배에 참석한 신학생들도 선배의 삶에 귀 기울였다.

정 목사는 아픈 몸으로 이민목회를 떠났지만, 의지는 결연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목사를 찾는데 외면해선 안 된다”며 서울생활을 정리했다. 상파울루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25개월 만인 86년 1월 12일, 그는 눈을 감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면서도 교회의 미래에 투자했다. 6611㎡ 부지를 마련해 예배당 기공식을 했다. 무리라고 손사래 치는 교인들을 설득했고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재산과 사례비를 건축헌금으로 내놨다. 어렵게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교회는 브라질 한인사회의 구심점이 됐다. 교인들도 정 목사를 교회의 뿌리로 기억한다. 2010년 창립 27주년 행사를 하면서 “정 목사님의 헌신과 피 흘린 순교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회상했다.

예배에서 동기들과 남미 선교사들은 찬송가 323장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을 합창했다. 3절은 학생들도 함께 불렀다. 정 목사의 신앙을 본받자는 뜻을 담은 찬양이었다.

신경림 미국 웨슬리대 부총장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웨슬리 예배당에서 열린 고 정민종 목사 추모예배에서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신경림 미국 웨슬리대 부총장은 추모사를 낭독했다. 신 부총장은 “그는 기이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 질환으로 고통스러운데도 소명만 붙잡고 떠났고 아파서 쓰러졌는데도 귀국을 거부했다”면서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사역만 했던 목회자였다”고 기억했다. 이어 “쉬운 길이 우리를 유혹할 때, 더 인정받고 싶어 욕심낼 때, 성공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크게 다가올 때 정 목사님을 기억하자”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바른 길을 선택하자”고 권했다.

이날 예배엔 부인 김성숙 사모도 참석했다. 그는 “정 목사는 늘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한인 2세들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면서 “투병 중에 교회 건축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했다.

송기성 서울 정동제일교회 목사는 자랑스러운 친구였다고 소개했다. “자랑스러운 동기예요. 우린 부끄럽습니다. 모교에서 추모예배 드리는 건 후배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선배가 계셨단 걸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남은 사람들,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후배들이 정 목사가 걸었던 길을 따르고 기억하길 바랍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