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분기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이 나빠지면서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디스플레이 사업도 적자를 내는 등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2% 감소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25.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9%로 떨어졌다. 이는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의 이익 급감이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반도체 사업은 매출 약 14조4700억원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흑자를 보였다. 반도체 흑자가 5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 감소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 영향으로 5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1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2조27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0.3%나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에 힘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7700억원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중저가 라인업 재편에 따른 비용, 신모델 출시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발생해서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수준인 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전했다.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TV 등 프리미엄 TV 신제품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앞으로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분기 전망과 관련해 “반도체 사업의 경우 메모리 부문은 일부 응용처의 수요 회복세가 시작되나 가격 하락세 지속과 비수기 영향으로 업황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대해서는 “메모리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대외 환경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수요 감소에 대해 삼성전자는 “라인 최적화를 적극 진행할 예정이며 생산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기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인수한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의 패널레벨패키징(PLP) 사업팀을 인수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인수 비용은 총 7850억원이다. PLP 기술을 적용하면 전자기기 두께가 얇아져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배터리 크기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