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오히려 강사들의 숨통을 조인 사실이 정부 공시로 확인됐다. 대학들이 강좌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불과 1년 새 강좌 6600여개가 증발했다. 일자리를 상실하는 강사도 문제지만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6곳이다. 공시된 대학 정보는 개설 강좌 수, 등록금 현황, 교원 강의담당 비율, 성적평가 결과 등 10개 항목이다.
강좌 수 감소가 눈에 띈다. 올해 1학기 개설된 총 강좌 수는 30만5353개다. 지난해 1학기 기준 31만2008개보다 6655개(2.1%) 감소했다. 총 강좌 수는 최근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낙폭이 컸다. 2015~2016년 5503개, 2016~2017년 3525개, 2017~2018년 4690개 감소했다. 이 기간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조정 여파 등도 강좌 수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낙폭이 두드러진 이유는 올해 8월 강사법 시행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지만 강사법이 (대학들의 강사 구조조정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20명 이하 소형 강좌가 많이 줄었다. 지난해 1학기 소형 강좌 수는 11만8657개였는데 올해 1학기에는 10만9571개로 9086개 줄었다. 소형 강좌가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35.9%로 감소했다. 반면 51명 이상 대형 강좌는 3만9669개에서 4만2557개로 2888개 증가했다. 또한 시간강사의 강의담당 비율은 전년 22.8%에서 올해 19.1%로 줄어들었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같은 기간 65.6%에서 66.6%로 증가했다.
지역의 한 사립대학 교수는 “원래 한 학기 9학점을 했으나 (강사법 통과 이후) 시간강사들의 강좌를 떠안게 됐다. 올해 1학기는 15학점을 맡았고 2학기부터는 20학점 이상일 것이란 언질을 들었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정부가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을 대학에 전가하면 대학들이 강사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소규모 강좌를 통폐합해 대규모 강좌로 만들고, 전임교원들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시간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란 우려였다.
강사법 논의는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촉발됐다. 비용 문제 등으로 수차례 연기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법에는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 임용 3년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 및 4대 보험 혜택 등이 담겼다.
문제는 돈이었다. 정부와 대학의 시각차가 컸다. 대학들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연간 최대 3000억원, 강사 단체들은 2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정부는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봤다. 교육부는 시간강사 처우개선 예산으로 올해 288억원을 책정했고, 추경을 통해 시간강사 연구비 28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립대 인건비 지원에 부정적인 재정 당국을 설득해 관련 예산을 끌어온 점은 평가할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대학 재정난에 대한 근본적 해법 없이 ‘강사를 해고하지 말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요청은 공허하다는 평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