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에… 작년 군비 지출 30년 만에 최대

입력 2019-04-29 23:40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이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군비경쟁을 벌이며 국방분야 투자를 늘린 영향이 컸다.

스웨덴 비영리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9일 발표한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1조8220억 달러(약 2112조원)였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88년 이후 최대치였다.

1위 미국의 군비 지출은 6490억 달러(약 751조7000억원)로 세계 군비지출 총액의 36%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전 세계 평균 군비 지출 증가율의 2배에 달했다.

미국의 군비 지출은 2010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부터 새로운 무기조달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군비 지출도 반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020 회계연도 국방 예산도 전년 대비 5% 증액한 7500억 달러(870조3750억원)를 배정한 상태다.

중국도 지난해 전년 대비 5% 증가한 2500억 달러(약 289조8000억원)를 군비로 쏟아부었다. 중국은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94년 이후 25년 만에 군비 지출액이 10배로 늘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지출한 군비만 세계 군비 지출 총액의 50%를 차지했다. 난 티안 SIPRI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은 세계 군사 지출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증가한 것은 주로 이 두 나라의 지출이 많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군비 지출이 많았던 것은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파키스탄·중국과 분쟁이 잦은 인도, 유럽의 군사강국 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방의 경제제재 여파로 군비 지출을 오히려 전년 대비 3.5% 줄인 614억 달러(72조2000억원)만 썼다.

한국의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431억 달러(약 49조9000억원)로, 일본 다음 순위인 10위를 차지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