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대신 덮어놓고 고발부터… 피고발 의원 100명 넘을 판

입력 2019-04-30 04:02 수정 2019-04-30 10:59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29일 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한 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야 패스트트랙 정국 대치는 ‘역대급’ 고발 후유증을 낳았다. 패스트트랙 대치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의원 68명(중복 고발 제외)이 고발당했다. 여야는 추가 고발을 벼르고 있고, 국회사무처도 별도로 한국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혀 피고발 의원이 100명은 족히 넘어설 전망이다. 여야가 협상과 타협을 통해 풀 문제를 검찰과 법원으로 가져가면서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9명과 당직자, 보좌진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차 고발했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낸 고발장에서 한국당이 지난 26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직접 휴대전화 카메라로 불법 행위를 한 사람들 사진을 약 30장 찍어놨다. 제 이름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며 “국회의 질서를 바로잡은 뒤 내 정치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도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한국당을 향해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6일에도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중복 고발된 의원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고발한 한국당 의원은 모두 29명이다.

정의당도 고발전에 동참했다. 정의당은 이날 한국당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40명, 보좌진 2명 등 총 4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이 고발한 한국당 의원만 총 50명(중복 고발 제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국회 복도에 누워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한국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폭력 사태를 초래한 것은 민주당이다. 폭력은 민주당에서 시작한 것이고 책임을 묻겠다”며 “(폭력에 가담한 민주당 관계자를) 추가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도둑놈’ 발언을 한 민주당 이 대표를 30일 모욕죄로 고발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28일 홍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5명, 정의당 여영국 의원을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문 국회의장,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고발되는 의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여야가 고발한 사건을 모두 공안2부에 배당했다. 또 대검은 이날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강제추행 및 모욕 혐의로 문 국회의장을 고소한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쟁의 부산물을 사법부나 수사기관으로 넘기고 보는 풍토는 우려스럽다”며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정치적 책임뿐 아니라 사법적 책임도 물어야겠지만 초기 단계부터 무더기 고발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고발의 무게감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임성수 신재희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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