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엔 혼자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 제작진처럼 여러 명이 모여 아이템 회의를 하고, 전문적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이들도 있다. 일상 속 소소한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영상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채널 ‘대처법’도 그렇다.
일면 가장 유튜브다운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이 채널에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들이 모두 ‘공감 콘텐츠’로 변모한다. ‘밥 절대 안 사는 친구 대처법’ ‘친구가 내 동생 좋아할 때 대처법’ 등 발랄한 상상력이 담긴 영상들인데, 인기가 상당하다. 25만 구독자에 조회 수 100만회쯤은 거뜬히 넘는 영상들도 많다. 10대 학생들에게 특히 호응이 크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유익한 생활 팁들을 전하는 채널 ‘쉐어하우스’ 내 콘텐츠로 시작했다가 호응에 힙입어 2년 전쯤 다른 채널로 독립했다. 배우와 PD를 포함해 약 10명의 팀원이 활동 중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쉐어하우스 사무실에서 대처법 제작진을 만났다. 조윤미(29) 조승희(27) 김효진(24) 임소라(24) PD다. 영상 속 배우로도 이따금 출연하고 있다.
조윤미 PD는 “정통 노하우 말고 삶의 재밌는 순간들을 영상에 담아보자 했던 게 출발점이 됐다. 분명 유쾌한 순간인데, 웃어넘기고 마는 일들이 있지 않나. 정보 전달도 놓치지 않지만, 무엇보다 공감을 매개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팬들이 꼽는 이 채널의 강점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창에 ‘삼각관계 대처법을 만들어 달라’ ‘개학을 견디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등의 요청이 이어진다. 조승희 PD는 “대처법 채널이 하나의 즐거운 온라인 놀이 공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튜브도 장난감 같은 콘텐츠들이 수북이 쌓인 일종의 놀이터인데, 그러다 보니 때로 장난감에 깔리거나 해로운 장난감을 집을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된 공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는 채널인 만큼 건강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특히 신경을 쏟는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자극적이거나 혐오를 양산하는 콘텐츠를 지양한다. 조윤미 PD는 “재미를 좇더라도 타인을 비하하거나 소외시키는 내용은 담지 않으려 한다. 조회 수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가치를 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광고를 통한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공공기관과 학생 인권, 노동권 관련 영상 제작 같은 콘텐츠 협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작진들이 가진 다짐과 목표도 그들의 콘텐츠처럼 발랄하고 이채로웠다.
“인기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처럼 되는 그날까지 한번 달려보겠습니다.”(김효진) “공감이란 채널 색을 잃지 않으면서, 커다란 소통의 광장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임소라) “‘대처법 안 봤어? 봐야지!’라는 말이 나오게끔 파급력 큰 채널을 만드는 게 제1의 목표입니다.”(조승희)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