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노선버스 노조 절반가량이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임금 및 근무시간 조정 문제로 29일 집단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열 달간 협의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터라 대규모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원도에선 이날 버스 노조 한 곳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버스대란’이 시작됐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은 전국 버스 사업장 479곳 가운데 234곳의 근로자 4만1280명이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34곳 사업장에 속한 차량은 2만138대다. 시·도 지역별로 진행되는 교섭에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버스기사들은 다음달 15일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의 동해상사고속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강릉 고성 속초 동해 4개 시·군 77개 노선에서 시내·시외버스 129대를 운행하는 회사다.
모든 지역에서 쟁점은 신규 채용 인력과 기존 기사의 임금 보전 수준, 근무일수 조정 등이다. 자동차노련 측은 주52시간제로 근무시간이 줄게 돼 임금 삭감이 예상되고, 그만큼 추가로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 정상적 운행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련 관계자는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 근로자 임금이 80만~110만원 줄어들 것”이라며 “원래 임금 총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기본급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련 측에 따르면 현재 버스기사 임금은 49%가 기본급이고, 나머지는 추가근무수당이나 특별급여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서울은 기본시급이 1만1000원이지만 경기도는 최저시급인 8530원보다 몇 백원 많은 9000원 안팎에 그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대규모 신규 기사 채용이 필요하다. 노련 측은 당장 7월부터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두 달 내 7300여명을 채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사업장까지 적용받는 2020년까지는 모두 1만5000여명의 새 인력이 필요하다. 사용자 측은 인건비 부담으로 버스기사를 대량 충원하거나 기존 기사의 임금을 보전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선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형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승할인제를 시행 중인 서울, 경기도, 인천은 운송원가보다 낮은 요금을 쪼개 갖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인건비까지 커지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버스운영 보조금 지원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대표는 “선진국은 대중교통을 국민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지방과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반면 한국은 중앙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며 “중앙정부 재원을 들여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최예슬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