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여야 대치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미세먼지 해소, 불법 폐기물 처리 등 민생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다만 국회 상황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며 야권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경제는 타이밍이다. 추경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삶과 민생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해 정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조속히 정상 가동돼 추경이 신속히 심사되고 처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기존 예산과 지자체 교부를 마친 세계잉여금 정산분 10조5000억원이 조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경기 부양과 미세먼지 해소 외에도 불법 폐기물 처리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며 국회에 추경 처리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연내 불법 폐기물 전량 처리를 지시하며 추경안의 신속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안에 편성된 관련 예산(314억원)을 활용해 올해 내에 불법 폐기물 처리를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량 처리를 목표로 현재까지 전체의 14%인 약 17만t의 폐기물을 처리했지만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폐기물 처리 완료 시점을 3년 앞당기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1분기 -0.3%로 쇼크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2분기부터는 점차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대체적으로 (기업이) 사업을 준비하는 1분기에는 (경제 지표가) 저조한 경향을 보이고 2분기가 돼야 집행이 이뤄진다”며 “초과 세수 부분도 이달에 내려보낸 상황이어서 이 또한 2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위한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혁신도 함께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SK하이닉스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반가운 소식이다. 민간투자가 살아나야 경제 활력이 생긴다”며 “앞으로도 기업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