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공전에… 법원 개혁 논의도 개점휴업

입력 2019-04-29 18:40 수정 2019-04-29 23:31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이 재판을 받는 상황이지만 사법농단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법원 개혁 논의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함께 논의되던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며 정국 갈등의 중심에 선 가운데 법원 개혁 논의는 잊혀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대법원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사개특위 내 법원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법원·법조 소위는 지난 1월 10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3개월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후속 조치로 법원행정처 폐지 방안을 담은 법개정 의견서를 사개특위에 제출한 지난해 12월 12일 이후로 봐도 총 세 번의 회의를 한 것이 전부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발족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를 바탕으로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개혁안을 마련했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대법원장·행정처 조직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위원 4명이 참여하는 11인의 사법행정회의와 사법행정사무만 집행하는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것이 개혁안의 요지였다.

지난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갈 때만 해도 법원 안팎은 물론 국회에서도 조속한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법원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계속되는 지금, 법원 개혁 법안 논의는 실종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5일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회가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들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결국 의원입법으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스스로도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가 지연되는 등 개혁 의지나 적극성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비위 통보한 지 두 달 가까이 돼 가는데 기소된 법관 징계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대법원도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