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닦던 소년의 꿈… ‘리버풀 빗장’ 반 다이크, 올해의 선수 품다

입력 2019-04-29 18:3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왼쪽)가 지난 18일(한국시간) FC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엑토르 에레라와 볼을 경합하고 있다. AP뉴시스

파트타임으로 접시를 닦으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소년이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29일(한국시간) 리버풀의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27)를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반 다이크는 세르히오 아궤로, 라힘 스털링, 베르나르두 실바, 사디오 마네, 에당 아자르 같은 쟁쟁한 후보를 따돌리고 동료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수비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첼시의 전설’ 존 테리(2005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세계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반 다이크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파트타임으로 접시를 닦으며 네덜란드 빌렘Ⅱ 유소년 팀에서 뛰었지만 성인팀에선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자칫 선수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2010년 네덜란드 흐로닝언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인 로날드 쿠만의 아버지 마르틴 쿠만이 그를 알아보고 흐로닝언으로 데려온 것이다. 대신 이적료는 없었다.

이듬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반 다이크는 중앙 수비수로 본격 성장했다. 당시 흐로닝언의 감독이었던 로버트 마스칸트가 “빠르고 꾸준하게 학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반 다이크는 단점을 지속적으로 고쳐나갔다. 하지만 흐로닝언에서의 활약에도 아약스나 PSV 아인트호벤 같은 네덜란드 빅 클럽의 부름은 받지 못했다. 2013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2년 연속 리그 우승에 기여했지만 루이스 반 할 감독의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사우샘프턴 감독으로 있던 로날드 쿠만의 부름을 받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며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게 된다. 사우샘프턴에서 2년 넘게 활약하면서 빅 클럽의 눈도장을 받은 반 다이크는 지난해 1월 7500만 파운드(약 1125억)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리버풀로 팀을 옮겼다. 수비수 사상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리버풀 상승세의 핵인 반 다이크는 29일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반 다이크가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반 다이크라는 걸출한 수비수를 둔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적은 20골만 허용하는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우승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그 36경기 중 1점도 허용하지 않은 ‘클린 시트’도 19번이나 됐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지난달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승리 후 “그의 기술과 힘에 대해선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반 다이크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