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극 대륙에서도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남극 대륙의 최고점에 기지를 세워 선점하자 미국도 급히 주변에 과학기지를 건립해 해당 지역을 남극특별관리구역(ASMA)으로 지정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 해발 4093m로 남극 최고점인 ‘돔 아르구스’를 처음으로 탐험한 나라다. 중국은 2009년 돔 아르구스 인근에 쿤룬기지(사진)를 건립해 천문관측 및 운석 관찰용 망원경을 배치하고 각종 연구시설을 설치했다.
미국도 이후 쿤룬기지에서 100㎞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임시 과학기지를 마련했다. 중국 연구진은 미군의 기지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장비와 인력이 항공편으로 운송돼 순식간에 세워졌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미국이 급하게 과학기지를 세운 것은 돔 아르구스를 ASMA로 지정하려는 중국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기지 건립도 미국 국방부 군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고 중국 측은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남극은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결정적인 곳”이라며 “권력 싸움의 장이 아니라 다국적 협력을 위한 새로운 무대가 돼야 한다”며 돔 아우구스를 ASMA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54개국이 가입한 남극조약에 따르면 ASMA는 구역 내 활동 계획과 협력을 돕고 갈등을 피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ASMA를 제안하는 국가는 운영과 관련해 가장 큰 발언권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ASMA 지정에 주력해 왔으나 미국이 극력 반대하고 있다고 한 과학자는 전했다.
중국은 최근 남극 활동을 강화해 창청과 중산 등 두 곳의 영구기지, 쿤룬과 타이산 등 두 곳의 하계기지, 영구 비행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섯 번째 기지도 현재 건설 중이다.
한 정부 측 연구원은 미·중의 돔 아르구스 지역 경쟁에 대해 “이는 정치적 의지와 군사력, 세계적 영향력의 싸움이며, 최근 몇 달 동안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간 갈등은 북극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중국은 북극권의 경제적 가치 등에도 주목하고 2012년 이후 거의 매년 쇄빙선을 북국항로에 투입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중국 군함 5척이 미국 알래스카 베링해를 처음 항행하면서 미국을 긴장시켰다. 미국 해군 제2함대 사령관 앤드루 루이스 중장은 지난해 말 중국군이 개발을 빌미로 북극권에도 진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은 옛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북극권 노르웨이 해역에 진입해 중국과 러시아에 경고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