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3% 성장 쇼크’에도 정부가 연간 성장률 목표치 수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목표치는 2.6~2.7%다. 정부는 1분기에 바닥을 치고 2분기 들어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기대감은 ‘믿는 구석’이 있다. 재정 투입 규모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지는 데다 1분기 나쁜 성적표에 따른 기저효과, 제조업 조업일수 증가,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상반기 내로 민간투자 활성화 대책,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발걸음을 서두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일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29일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열던 회의를 긴급하게 당겼다.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목표 수정에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현재는 성장률 목표치를 수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목표 유지를 외친 배경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는 긍정 요인들이 있다. 가장 큰 것은 ‘재정 효과’다. 지난해 4분기 1.0% 성장했던 경제가 올해 1분기 -0.3%로 곤두박질친 원인 중에 하나는 재정 지출이다. 지난해 연말에 정부 소비(재정 지출)가 성장을 견인한 반면 올해 연초는 재정이 막 투입되는 시점이었다. 정부는 본예산 470조원에 추경 6조7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위기 경고음이 커지면 재정 투입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다.
‘기저 효과’도 있다.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성장률을 기준점으로 하기 때문에 반등할 수밖에 없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3월 산업활동동향도 올해 2월의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조업일수 증가도 한몫을 한다. 보통 제조업은 1분기에 조업일수 감소로 고전하다 2분기부터 상승 전환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꺾이는 경기’를 막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투자·내수 활성화 대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회의에선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 1위이지만,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시장점유율이 3% 안팎에 그치고 있다. 또 정부는 조만간 해양레저와 산악관광을 중심으로 한 관광 활성화 후속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에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도 공개한다.
한편 정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키로 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저물가 탈피는 좋은 일이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세로 체감물가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란 수출길이 막히면 피해를 볼 중소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세종=전슬기 정현수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