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지존’ 입지 흔들… 화장품 시장 춘추전국시대

입력 2019-04-30 04:06

화장품 시장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 브랜드 파워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이 힘을 얻으면서 업계 절대강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2년 화장품 생산 금액은 7조1227억원에서 2017년 13조5155억원으로 1.9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는 829개에서 1만79개로 약 12.2배 많아졌다. 6년 동안 생산 실적에 따른 시장 규모는 2배가량 커진데 반해 업체 수는 14배나 늘면서 화장품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대부분 주문자개발생산(ODM)·주문자생산(OEM) 방식을 따르다보니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경쟁력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1위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날 공시한 1분기 매출 실적은 1조6425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0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2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면세점과 해외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연초부터) 지속된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최대 실적을 낸 이래 성장 감소세가 이어지고 LG생활건강이 급속도로 약진하면서 아모레퍼시픽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저가 제품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정체는 화장품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 당연한 흐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2~3년 새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장품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대규모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낯선 브랜드 제품부터 럭셔리 유명 화장품까지 소비자 맞춤형 정보를 상세하게 풀어준다. 브랜드 의존력은 낮아지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올리브영 등 H&B(헬스앤드뷰티) 매장이 늘면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메디힐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메틱, AHC를 키운 카버코리아 등의 성장도 유통 채널 다양화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이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성공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이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장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