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초유의 감독 벤치클리어링과 막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미 진상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폭언을 한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징계도 곧 이뤄지게 됐다.
KBO는 29일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 감독 간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30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두산과 롯데에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며 “실제 욕설이 있었는지 심판 등 당시 상황을 가까이에서 본 관계자들을 통해 사실 관계도 파악하고 있다. 영상 확인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잠실구장에선 8회말 두산 정수빈이 구승민의 공을 맞고 쓰러졌다. 이에 김 감독과 롯데 양상문 감독이 언쟁을 벌이며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에 김 감독이 롯데 공필성 코치와 투수 구승민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에 김 감독은 “친구사이인 공 코치에게 심한 말을 했다”고 해명했고, 양 감독은 “어떻게 상대 팀 선수와 코치에게 욕을 할 수 있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욕설을 한 것은 확인된 만큼 징계는 불가피해졌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 슈퍼스타즈 김진영 감독과 김응용 해태 타이거즈 감독이 욕설과 함께 심판을 폭행한 적은 있지만 감독이 직접 상대 팀 관계자에 막말을 퍼부은 것은 프로야구 38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과 신경전을 벌인 ‘투수 대타’ 사건도 사령탑 간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구승민이 던진 공은 빈볼로 볼 소지가 많다. 김 감독이 흥분할 만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감독이 다른 팀 앞에서 폭언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KBO 야구규칙 6조 4항 ‘경기 중 금지사항’에는 ‘감독, 선수, 후보선수, 코치, 트레이너 및 배트보이는 어느 때이거나 벤치, 코치석, 그 밖에 경기장 안의 어떤 장소에서도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행위’ 두 번째 항목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이다.
파문이 확대되자 김 감독은 결국 사과했다. 두산에 따르면 김 감독은 “정수빈이 공에 맞아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이런 행동이 나왔다. 팬들과 롯데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파문의 최대 피해자는 두산 정수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빈은 구승민의 공에 맞아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졌다. 타율(0.320)·출루율(0.418) 각각 9위로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한 달 이상의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양팀 감독 간의 논쟁으로 정수빈의 희생이 묻힌 상황이다. 구승민은 이날 정수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정수빈도 “경기 중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화답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