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1339만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평균 5.24%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했던 예정 공시가격의 상승률(5.32%)을 소폭 내렸다.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21배나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용산구 등 고가 공동주택(시세 6억원 이상) 밀집지역에서 공시가격을 내려 달라는 의견이 빗발쳤다. ‘거센 저항’에 전국 대부분 지역의 공시가격 상승폭은 ‘예정 발표’ 때보다 하향 조정됐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밑그림은 그대로 유지했다.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68.1%로 예정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같다. ‘조세 형평성 맞추기’를 견고하게 이어나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아파트 1073만채, 연립·다세대 266만채의 공시가격을 소유자 의견청취 및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달 14일 ‘예정 공시가격’을 발표했었다. 지난 4일까지 주민열람과 의견청취, 재검토 등을 거쳤다. 소유자들은 30일 0시부터 공시가격 열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공동주택의 최종 공시가격 상승률은 5.24%로 예정 공시가격보다 0.08% 포인트 낮아졌다. 광역시·도별로 대부분 지역의 최종 공시가격 상승률이 0.01 ~0.15% 포인트 감소했다. 서울의 예정 상승률은 14.17%였지만 최종 상승률은 14.02%로 하향 조정됐고, 세종도 최종 상승률(2.93%)이 0.11% 포인트 내려갔다. 경기와 부산도 각각 0.09% 포인트, 0.07% 포인트 줄었다. 반면 충북은 의견청취 후 0.01% 포인트 상승했다. 5개 광역시·도(광주 울산 전남 경북 제주)는 예정 상승률과 최종 상승률이 같다.
최종 공시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2만8735건에 이르는 이의신청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 때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1290건이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07년(28.4%) 이후 1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 건수도 2007년(5만6355건)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온 이의신청 가운데 97.9%(2만8138건)는 공시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구였다. 이 가운데 반영된 이의신청은 전체의 21.8%인 6183건(상향 108건, 하향 6075건)이다.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합리적인 주민 의견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에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반발 정도 물러섰다.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격을 더 올린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시세 6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소폭 낮췄다. 시세 기준으로 12억~15억원(12만채)의 경우 예정 공시가격 상승률이 18.15%였지만 의견청취 절차를 거친 뒤 17.90%로 조정됐다.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어 9억~12억원(17.61→17.43%, 24만2000채), 15억~30억원(15.57→15.23%, 15만채), 6억~9억원(15.13→14.96%, 66만7000채), 30억원 초과(13.32→13.1%, 1만2000채) 순이었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 928만7000채는 -2.45%에서 -2.46%로 공시가격이 더 떨어졌다.
일부에선 하향 의견이 6000건 넘게 반영된 점을 놓고 공시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 실장은 “예년과 달리 예정 공시가격을 상세히 발표하면서 국민 관심도가 높아져 이의신청도 크게 늘었다. 오류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 수준의 오차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차가 발생한 구체적 지역, 주택 유형, 원인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이유에 대해서도 “바로잡았다”는 말 외에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 실장은 “일부 작은 평형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큰 평형보다 더 높게 나타난 사례가 있었다. 시세 재검토를 통해 조정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