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폭증할 5G 반도체, 새로운 슈퍼 사이클 불러온다

입력 2019-04-30 04:06 수정 2019-04-30 17:03

5G(5세대 이동통신)가 새로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용량·초고속 데이터의 증가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 5G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은 5G폰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는 최근 ‘5G,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신성장 모멘텀’ 보고서에서 “5G 시대에는 빠른 속도, 데이터 활용 확대 등으로 전례 없는 데이터 폭증이 유발될 것이고, 이를 수용하기 위한 반도체 시장 확대는 필연적”이라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5G폰용 반도체 시장 경쟁력 강화는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5G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등 반도체는 LTE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메모리의 경우 고속·고용량 제품이 필요하고, 5G 모뎀, 안테나 등은 시장 초기라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플래그십 LTE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5G폰의 반도체 가격이 최대 8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LTE폰은 59.6달러지만 5G폰은 85.4달러로 43% 비쌌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뎀 등 모든 반도체를 합하면 LTE는 126.1달러, 5G는 233.9달러였다. 5G폰 도입으로 인한 반도체 추가 수익 규모는 올해 5억4000만 달러에서 2020년 59억9000만 달러, 2021년에는 141억3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G 시대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스트리밍 게임 등 새로운 시장 창출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장기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3G에서 LTE로 전환할 때도 속도가 빨라져 동영상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클라우드 업체 등이 서버를 확충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왔던 이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가운데 5G 시대에는 AP, 모뎀 등 비메모리에서도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5G 모뎀의 경우 현재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업체는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 정도다. AP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 직접 설계해 만드는 업체 외에 퀄컴이 경쟁한다. LTE 때와 달리 우리나라 업체가 시장 초기부터 선두 업체로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메모리뿐만 아니라 모뎀, AP 등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AP,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비메모리 원천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