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병원 “사업 접겠다”… 남은 직원 50여명에 해고 통보

입력 2019-04-29 19:23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사진)사업자가 병원사업 철수 의사와 함께 근로자 고용해지를 통보했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지난 26일 구샤팡 대표 명의로 병원 근로자 50여명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녹지그룹은 통지서에서 “회사는 지난 4년간 병원 설립 및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제는 여건상 병원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근로자대표를 선임하면 그 대표와 성실히 협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은 2017년 7월 병원 건물을 준공해 같은 해 8월 의사 9명, 간호사 28명 등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개원이 늦어지면서 병원을 떠난 상태다.

중국 자본인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는 2015년 2월 보건복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영리병원 사업에 착수했으나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대상 조건부 개설허가를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도는 의료법이 정한 병원 개설 시한(90일)을 넘기고도 녹지제주가 병원 운영을 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전 청문에 돌입했고, 결국 지난 17일 병원 개설을 취소했다.

녹지제주는 병원사업 철수 이유에 대해 “도에서 외국인 전용이라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으나 조건부 개설로는 도저히 병원 개원을 할 수 없었다”며 “도청에 고용 유지를 위해 완전한 개설허가를 해주든지, 어렵다면 도청에서 인수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제기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녹지제주는 병원사업이 물거품이 된 모든 이유를 도에 떠넘기고 있다. 또 향후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직접소송 가능성도 있다. 녹지제주는 지난달 열린 청문에서 “조건부 허가 등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적법한 투자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영리병원 투자계약을 체결한 외국인투자자인 녹지는 개원이 15개월 동안 지체되면서 인건비와 관리비 76억원 등 약 85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해고당할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공공병원 전환이 필요하다”며 “병원이 제주도민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즉각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