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 천은사가 30년 넘게 징수해 오던 공원문화유산지구 관람료를 29일부터 폐지한 것은 당연하고 반가운 결정이다. 천은사는 사찰 땅을 관통하는 861호 지방도에 매표소를 설치해 198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통합 징수해 왔었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지만 관람료는 이후에도 계속 받았다. 차량으로 성삼재까지 이동해 노고단으로 오르는 지리산 탐방객들은 사찰을 아예 관람하지 않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관람료를 내야 했다. 천은사는 문화재와 주변 자연환경 관리·보존 비용 조달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통행세(성인 1인당 1600원)를 받아온 셈이다. 2010년과 2013년 시민단체와 일부 탐방객들이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지만 관람료 징수를 중단하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천은사는 환경부, 문화재청, 전라남도 등과 협의에 들어갔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방도로가 포함된 천은사 땅은 전남도가 사들이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새 탐방로 조성 및 인근 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사찰 문화재 보수와 관광 자원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연공원 이용권과 사유재산권 사이에서 한 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은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소요되지만 탐방객들의 국립공원 이용권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폐지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7.2%가 사찰 소유 토지인데 25개 사찰이 관람료를 받고 있다. 사찰은 관람료를 폐지하고 정부나 자자체는 문화재 유지·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관람료 징수 위치를 사찰 입구로 옮겨 실제 관람객에게만 징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계종은 관람료 수입 감소분을 보전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지나친 요구다. 관람료를 징수하는 전국 50여개 사찰의 문화재 보수 등에 올해 지원된 국가 예산만도 260억원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는 건 그동안 누려온 부당이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찰 문화재 유지·보수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사설] 국립공원 사찰 관람료 폐지 전국으로 확대해야
입력 2019-04-3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