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구속됐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첫 번째 구속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사유가 인정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이들에게 증거위조,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2015년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등 관련 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으면서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가치 평가가 가능했다는 부분을 삭제해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정보가 담긴 문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를 둘러싼 증거인멸·조작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의 수사는 증거인멸에 가담한 실무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등 관련 자료와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서 조직적 은폐·조작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 TF는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전날 TF 소속 상무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증거인멸 과정 등에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증거인멸에 어떻게 가담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직원 컴퓨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까지 손을 댄 ‘흔적’이 남은 것이다. 검찰은 삼성이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권 승계 사이 관련성을 충분히 의식한 대목이라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