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호남 지역에서 활동한 한말 의병 627명의 이름을 새롭게 발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기존에 이름은 알려졌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의병 1168명에 대한 추가 기록도 파악됐다. 우리나라 전체 독립유공자는 1만5511명이며 의병은 2638명(17.01%)에 불과하다. 3·1운동 등 의병을 제외한 국내 항일운동 계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훈처는 이번에 발굴한 의병들을 심사를 거쳐 올해 광복절 계기 독립유공자 포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호남 이외 지역에서도 의병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보훈처는 지난해 1월 ‘한말 호남 의병 순국자 및 참여자 실태 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호남 지역에서 의병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호남사학회는 10개월간의 연구를 거쳐 지난해 말 결과 보고서를 보훈처에 제출했다. 국민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훈처 용역 보고서에는 호남 지역의 1795명 의병 활동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신규 발굴이다. 새롭게 발굴한 의병이 627명(34.9%)에 달한다. 호남 지역에서 작성된 각종 사료, 비석문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기존에 연구가 진행된 문헌자료를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누락됐던 이름이 여럿 확인됐다. 의병으로 활동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어느 곳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던 이름들이다.
나머지 1168명은 보훈처가 그 이름은 파악하고 있지만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를 하기에는 사료가 부족했던 의병들이다. 이들의 활동에 관한 자료가 이번에 추가로 발굴되면서 서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남사학회는 전체 1795명 가운데 530명(29.5%)은 독립유공자 서훈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측 자료는 물론이고 일본 측 자료에서도 이들의 공적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뜻이다. 또 426명(23.7%)에 대해선 서훈이 확실할 만큼 사료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발굴된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서훈 심사를 진행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839명(46.7%)은 추가적인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연구책임자인 홍영기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짧은 조사기간과 호남으로 한정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가 나왔다”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다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정식 심사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올해 광복절 계기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에 의병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보훈처는 영남 지역 의병 연구도 추진하는 등 의병 발굴 작업을 순차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겠다.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기억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보훈처가 2017년 독립유공자 발굴 확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적극 추진 중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