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난 국회에 부채질하는 조국 민정수석

입력 2019-04-30 04:01
페이스북 통해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항의’ 비판… 비아냥대듯 야당 공격하는 오만방자한 대통령 참모 있었나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마비 사태는 정치가 실종된 한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각종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핵심인 ‘말을 통한 설득과 합의’가 정착되기에는 갈 길이 한참 멀다. 그런데 여당과 제1 야당이 ‘법대로 하자’고 막가는 이 난장판에 청와대까지 가세하고 있다. 장본인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조 수석은 지난 2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법 제165조와 166조, 공직선거법 제19조, 형법 제136조와 141조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18명을 해당 조항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8시간 지난 때였다.

조 수석의 글은 한국당 의원들이 해당 조항을 위반했고, 유죄 확정 시 피선거권이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조 수석은 또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의 시간’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크랜베리스의 ‘좀비’ 공연실황 등 사회 비판적 내용의 대중음악 3곡을 연달아 올렸다. 대통령 참모가 우회적으로 제1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처리에 관한 조 수석의 결의는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11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그는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저는 대통령 수석비서관으로서 공수처 추진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인사 검증 실패로 문제됐을 때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공수처법 마무리를 위해 청와대에 남아 있다’는 투로 말해 왔다.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는 청와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 보여준다. 국회의 행태가 꼴불견이지만 이처럼 비아냥거리듯 제1 야당을 뒤에서 공격하는 청와대 수석은 뭔가. 한국당이 “(조 수석의) 오지랖 넓은 친절한 처벌조항 안내 의도는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겁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할 만하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조국이 또 사고 쳤다”고 한다.

조 수석은 2기 청와대 내각 개편, 헌법재판관 인선에서의 검증 실패로 일찍이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 만큼 당연히 자중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주요 참모가 SNS를 통해 민감한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는 건 기강해이다. 국회는 안중에도 없고 공직자의 기본자세마저 안 된 사람이 대통령의 주요 참모라는 사실이 이 정부의 수준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