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워싱턴에서 1박2일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을 과시했다. 두 정상은 대북 제재를 위한 공동결의를 하고 골프회동과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 잔치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 참석을 위해 5월 일본을 방문한 뒤 6월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참석 차 또 방일한다.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반면, 한·미 정상회담은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오지랖 넓다고 비난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도 북측 참석없이 반쪽으로 치러졌다. 일본과의 관계는 회복은커녕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화할 분위기도 아니다. 한마디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소외돼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외교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 북한은 경제 협력 외에는 우리와 다른 얘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해제 문제에서 군축 문제로 논의의 초점을 옮기려 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문제에 발목이 잡혀 현재의 가장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일본은 굴욕외교라는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에 대한 외교력을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2분간 만났지만 아베 총리와 1시간45분 동안 만찬을 함께 한 뒤 4시간여 동안 골프를 쳤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도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강대국 외교에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다. 한·미 공조부터 다시 점검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설] 외교적 고립 안 되도록 주변 4강 외교 강화할 때다
입력 2019-04-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