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달군 ‘농약맥주’ 문제없다지만… 먹거리 불안감 확산

입력 2019-04-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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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통되는 맥주는 농약 성분이 기준치 미달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맥주뿐 아니라 빵, 과자 등 곡물로 만드는 제품들에 농약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커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SNS에 퍼진 이른바 ‘농약맥주 리스트’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중인 수입 맥주와 와인 41개 제품, 국내 맥주 10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에서 불검출 수준으로 보는 10ppb(0.01㎎/㎏)를 넘는 제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글리포세이트 일일섭취허용량은 0.8㎎/㎏이다.

식약처는 농약맥주 리스트의 근거가 된 미국 소비자단체(US PIRG) 보고서에 대해선 “PIRG의 항원항체반응 검사법은 (농약 함유량이) 실제보다 높은 결과치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글리포세이트는 다국적 농약회사 몬산토가 생산하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성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했다. 지난해 8월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라운드업을 사용하다가 암에 걸린 소비자에게 몬산토 측은 2억8900만 달러(약 3355억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농약맥주 사태는 2016년 독일 맥주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면서 예견됐다. 당시 주류 전문가들은 “독일이 맥주의 원재료를 자국과 주변국에서 수급하므로 독일 맥주에서 글리포세이트가 나왔다면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 맥주에서도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독일은 맥주 제조 시 물과 홉, 맥아, 효모만 들어가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원재료를 통해서가 아니면 글리포세이트가 완제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보리와 밀,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을 수확하는 단계에서 제초제가 사용된다. 빵, 시리얼, 과자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환경보호단체 EWG는 “귀리를 주원료로 하는 45개 시리얼과 스낵바 제품을 검사한 결과 43개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2016년 수입된 미국산 시리얼 ‘퀘이커 퀵 오츠’에서 기준치 이상의 글리포세이트가 나와 전량 회수조치했다. 우리나라는 밀 수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제품에서도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될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리, 밀 등의 원재료를 수입할 때 글리포세이트 검출량을 관리하고 있고,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원재료로 만든 식품의 글리포세이트 함유량은 거의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검출된 글리포세이트양이 인체에 무해한 정도지만 농약을 먹어서 좋을 건 없다”며 “글리포세이트가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당국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