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열병 확산 여파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들썩

입력 2019-04-29 04:03
직원이 28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정육 코너에서 돼지고기를 진열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에 확산되면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최근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면서 올해 하반기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소비가 많은 삼겹살과 앞다리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크게 늘리는 까닭은 ASF 확산으로 자국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ASF는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전염병으로 감염률이 높고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북부 랴오닝성에서 처음 나타났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23일 돼지 102만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라는 점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소비된 돼지고기의 절반(49.3%)이 중국에서 소비됐다. 최근 중국이 국내 소비를 맞추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있어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농무부는 중국이 ASF 등 여파로 올해 돼지고기를 전년보다 41% 더 수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국내 대형마트 등은 올 하반기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최대 10% 이상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연구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영향 분석’에서 “수입량 감소폭 확대로 총 공급량이 줄어 올 하반기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12.7%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중국이 세계 물량을 빨아들일 경우 국내 돼지고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종합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당 1만6901원이던 삼겹살 평균 소비자가격이 이달 1만8546원으로 10%가량 뛰었다. 나들이객이 늘어나고, 하반기 휴가시즌이 본격화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돼지고기를 비축하고 소고기와 닭고기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