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재탕, 신선?… 예능 속으로 들어온 ‘한국의 맛’

입력 2019-04-29 20:52
한국 문화로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예능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을 담는다는 점에서 얼마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철 지난 ‘국뽕’(과한 애국심 고취)의 재탕이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한국 문화를 매개로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예능 프로그램들.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문화의 개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얼마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아왔으나, ‘국뽕’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함께 듣고 있다. K팝 댄스를 소재로 한 ‘스테이지 K’. JTBC 캡처

K팝은 최근 예능에서 가장 애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지난 7일부터 전파를 탄 ‘스테이지 K’(JTBC)는 K팝 댄스를 소재로 한 일종의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예선을 치르고 올라온 K팝 팬들이 커버댄스를 추며 국가대항전을 벌인다. 한류의 원조 격인 박준형 은지원 산다라박 유빈 등이 평가단이다. 프로그램 곳곳에 K팝을 사랑하는 외국 팬들의 정서가 묻어난다. 진행자 전현무는 제작발표회 당시 “기획사 연습생 뺨칠 만큼 연습한 해외 도전자들이 이곳에 와 눈물 흘리는 모습에 놀랐다. 문화적 자긍심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외국 소녀들의 유학기를 그린 ‘유학소녀’. Mnet 캡처

다음 달 방영 예정인 ‘유학소녀’(Mnet)는 K팝을 사랑하는 외국 소녀들의 유학기다. 한국에 온 10명의 소녀가 보컬 춤 한국어 뷰티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연규 PD는 “K팝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것에 착안해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식(韓食)도 빼놓을 수 없는 코드다.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미쓰 코리아’(tvN)는 연예인들이 외국인의 집을 찾아가 그들이 그리워하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는 얼개다. 최근 예능 트렌드인 여행, 먹방(먹는 방송), 쿡방 등이 합쳐진 예능인데 외국인의 사연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마크 리퍼트 전 미국대사나 전 농구 선수 조니 멕도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난다. 박나래 한고은 등 출연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식 대결을 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2월 종영한 ‘국경 없는 포차’(올리브)나 셰프 이연복이 푸드트럭을 끌고 해외에서 장사하는 얼개의 ‘현지에서 먹힐까’(tvN) 등도 한식을 매개로 외국인과 어울린다는 점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K팝 한식 등 한국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을 살펴보는 것은 일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자칫 ‘국뽕’에 기댄 콘텐츠로 흘러갈 우려가 있고 애국심 고취는 이제 유효한 문화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국제 플랫폼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은 문화를 우열이 아닌 글로벌 마인드로 본다”며 “비슷한 프로그램이 주는 지루함에 더해 타인의 시선에 도취하는 접근 방식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더 이상 국가주의적 관점이 먹히던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