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그룹은 지난 25일 로버트 카넬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 명의 논평을 통해 “하방 리스크들을 사전에 고려한 우리의 새로운 한국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1.5%”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 발표 이후 나온 이 논평의 제목은 ‘나쁜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From bad to worse)’였다. ING그룹은 한은이 제시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5%)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분기마다 전 분기 대비 1% 이상의 성장률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ING그룹은 논평에서 한국 경제를 두고 “기술적 불황(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봐야 타당할 듯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별달리 좋은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집행만으로 경기 부양이 충분하지 않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ING그룹의 시각이었다. 추경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높여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기대에 대해서는 “가능성의 2배 정도인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ING그룹 외에도 주요 투자은행(IB), 시장조사 기관이 올해 한국의 ‘1%대 저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낮췄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2.0%에서 1.8%로 내렸다.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수출 업황은 지속적으로 좋지 못하며, 추경이 하방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 분석이다.
다수의 IB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까지는 아니어도 2%대 초반으로 수정하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투자 회복 시점이 2020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호주의 ANZ도 바클레이스처럼 기존 2.5%에서 2.2%로 전망치를 내렸다.
세계 경기가 후퇴 국면이라지만 한국의 ‘역성장’은 두드러진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가장 큰 분기별 경제성장률 격차(-1.7% 포인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비용 인상이 소비 여건 개선보다는 수출 경쟁력 악화, 기업의 위험부담 증가, 투자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소득주도성장의 궤도수정 신호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나쁜 상태 더 악화”… 해외 기관들, 한국 성장률 1%대로 낮춰
입력 2019-04-2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