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최혜진(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하면서 ‘혜진 천하’의 시작을 알렸다.
최혜진은 28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크리스 F&C 제41회 KLPGA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소연(27)과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최혜진은 최종합계 13언더파로 박소연과 동률을 이뤄 연장전을 벌였다.
최혜진은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2승을 거뒀고, 프로 데뷔 시즌인 지난해에도 2승을 올리며 올해 새로운 여왕의 등극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혜진은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앞선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은커녕 선두권에도 들지 못했다. 직전 대회인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선 순위가 35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며 여왕 등극에 시동을 걸었다. 최혜진은 또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해 기쁨이 배가 됐다.
최혜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최혜진은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박소연에 2타차 앞서 사실상 우승을 예약하는 듯 했다. 그런데 18번홀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박소연이 버디를 잡아낸 반면 최혜진이 스리퍼트 보기로 동타가 된 것이다. 최혜진은 특히 1m 파퍼팅을 놓치자 퍼트를 그린에 내동댕이 칠 정도로 크게 아쉬워했다.
다 잡은 우승을 놓친 최혜진은 연장에서도 크게 흔들렸다. 박소연이 티샷을 벙커 앞에 떨어트린 반면 최혜진은 공을 벙커에 빠트렸다. 하지만 곧바로 홀컵 뒤쪽 50㎝ 가까이 붙이는 어프로치 한 방으로 끝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혜진은 “지난해 상반기 우승 이후 계속해서 우승을 못해 많이 아쉬웠다”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메이저대회 우승을 해 행복하다. 이를 계기로 남은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선 김비오(29)가 최종합계 7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2년 5월 SK텔레콤 오픈 이후 무려 2534일, 햇수로는 7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드는 감격을 맛봤다. 김비오는 데뷔 해인 2010년 KPGA 대상과 신인상, 최저타수상을 휩쓰는 등 국내 골프를 대표하는 재목으로 꼽힌 선수였다. 큰 꿈을 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PGA 2부 투어와 한국을 전전했고,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김비오는 우승이 확정된 후 힘들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