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성장률 1.5%도 어렵다”… 해외 탓 할 때 아니다

입력 2019-04-29 04:03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이 뒷걸음질치자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를 밑돌 수도 있다는 국제 투자은행(IB)의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외부 요인이 아닌 국내 실물경제 부진발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ING는 ‘한국: 악화일로(From bad to worse)’ 보고서에서 2분기에도 한국이 전기 대비 역(逆)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돼 기술적으로 경기침체(recession)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ING는 전기 대비 0.1% 증가에 그친 개인소비지출이 미미한 증가에 머물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 민간의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이 2분기에도 0.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2.5%)가 맞으려면 2분기 이후 연말까지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대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ING는 전망치를 1.5%로 수정하지만 이마저도 하향 조정 위험이 많다고 적시했다. 1.5% 성장률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라금융투자도 올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내렸다.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와 투자 부진이 2분기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추경이 하방 위험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도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내렸다. 이보다 낙관적인 예측 기관의 전망치가 대부분 2%대 초반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수정한 2.5%를 곧 재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전망이 맞는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소비 등 경제의 엔진들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는 데는 예측기관의 의견이 일치한다. 해외 요인을 탓하는 정부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은 1분기에 3.2%(연율) 성장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중국 성장률도 시장 예상보다 높았다. 한국만 유독 경기가 급강하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정책 실패를 빼놓곤 설명되지 않는다. 해외 요인 탓하며 말장난할 때가 아니다. 경제의 밑동이 통째 허물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