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사학회의 ‘한말 호남 의병 순국자 및 참여자 실태 조사’ 연구는 홍영기(62·사진)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총괄했다.
홍 교수는 30년 넘게 호남 의병과 동학농민운동 등 근현대사 연구에 몰두해 온 전문가다.
지난 23일 전남 순천에서 만난 홍 교수는 “국가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판결문, 수형인 명부, 형사 사건부를 전수조사한다면 더 많은 독립운동 기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의병의 기록을 확인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홍 교수는 “의병장 몇 분의 기록은 남아 있지만 전투 현장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의병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별로 없다. 일본 기록에 ‘폭도 몇 명이 죽었다’는 수준으로만 남아 있다”며 “이름을 남기지 못한 분들을 기억하고 그 사실을 복원하는 게 우리의 도리”라고 답했다. 이어 “의병은 독립유공자로 지정돼도 혜택을 볼 수 있는 후손이 많지 않지만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의 표현을 빌려 의병을 ‘독립운동의 도화선’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1905년 을사늑약으로 주권을 상실하고 1910년 결국 나라를 잃으면서 의병은 독립군으로 전환됐다. 의병 활동은 1910년대 국내 비밀결사운동으로 계승됐고 3·1운동과 해외 무장투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를 하면서 보니 서슬 퍼런 일제 강점기에도, 심지어 한국전쟁 중에도 의병의 이름을 비석에 새긴 경우가 있었다. 이를 통해 역사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을 배웠다. 독립에 대한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기록한 노력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호남 의병 전수조사를 마친 홍 교수는 “호남에 풍부한 자료가 남아 있으니 다른 지역에도 기록들이 있을 것”이라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글·사진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