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들로 인해 경쟁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중국 경쟁사들은 삼성·LG가 무슨 일을 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유럽 최대 전자박람회인 국제가전전시회(IFA)를 총괄하는 옌스 하이데커(사진) IFA 사장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우엘바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GPC)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가전·TV의 경우 중국 회사들이 유럽 회사들을 인수해 점유율을 높이고 마케팅 노하우를 얻어 시장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지난 1월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캔디 지분 전부를 38억 위안(6239억원)에 인수하고, 오는 2022년까지 서유럽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에는 중국 TV 제조사인 스카이워스가 독일 메츠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 가전·TV사들의 유럽시장 최종 목표는 결국 선두주자인 삼성전자, LG전자를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것으로, ‘가전 굴기’를 드러낸 셈이다.
하이데커 사장은 “기술 자체로만 보면 한국이 독일 TV시장이나 통신, 유럽의 냉장고·세탁기 사업에서 여전히 앞서 있고 포지셔닝도 안정적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삼성, LG 등) 한국기업들이 지금처럼 유럽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소비자 기대를 충족할 끊임없는 제품 혁신과 유통(소매) 강화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하이데커 사장은 오는 9월 6~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키워드 중 하나로 5세대(5G) 통신을 꼽으며 “한국이 이 부문에서는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5G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많은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IFA를 통해 독일에서 5G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다. 우리 전시 파트너와 한국 기업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이데커 사장은 5G의 속도 문제와 수익 모델 찾기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5G가 곧바로 기업들에 수익을 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직은 사용층이 좁다. 3G나 4G도 상업화하고 비즈모델 찾기에 몇 년씩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5G의 관건은 속도인데 한국이 유럽·미국에 앞서 있다. 한국은 대도시 거주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망 구축이) 쉽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인프라 구축 비용이 무척 비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도시와 시골 지역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우엘바(스페인)=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